태아 탈장심 소견을 받은 지 2주가 지났다.
12주까지는 정상적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에 2주 만에 다시 미즈메디를 찾았다.
12주차에는 1차 기형아 검사를 하는 줄라이본에는 곧바로 진료실로 가지 않고 기형아 검사 초음파를 하는 방으로 향했다.
이번에 받는 사진은 늘 받는 시커먼 초음파 사진이 아니라 주황색 입체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는 날이다.
그래서 바로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12주 만에 처음으로 질 초음파가 아닌 등 초음파를 시작했다.
질 초음파보다 백만 배의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했다.
젤을 바르고 여기저기 배를 문지르기 시작했지만 메구가 움직일 줄 몰랐다.선생님이 아이가 엎드려 있는데도 자꾸 안 움직인다며 아가야 좀 움직여 달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가복을 세게 누르고 의자도 완전히 눕힌 채 1520분 시도했지만 손만 약간 움직일 뿐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 된다며 질 초음파를 먼저 보자며 다시 질 초음파를 시작했다.질 초음파로 겨우 아기 뇌도 보고 심장 박동 소리도 듣고 손가락 팔 다리를 보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대충 알 것 같았다.아직 탈장된게 없는걸 ㅜ
그래서 선생님에게 혹시 태아 탈장이 있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라고 물었더니 ○○탈장이 된 것이 맞다고 하셔서 담당 선생님이 예전에 말씀하셨느냐고 물어 지난 번 진료 때 물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아기 모양 여기저기를 보고, 이곳저곳 크기도 재고 나무 투명대의 두께도 쟀는데, 대충 봐도 좀 두꺼워 보였다.
그래서 직감했지만 오늘도 좋은 소리를 들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진실에 들러 담당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
코로나 때문에 항상 나 혼자만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리라도 함께 들어오라고 했다.
그때부터 심각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일단 탈장된 부분이 12주가 지나도록 들어가지 않아 여전히 많이 나왔고 나무의 투명대 두께도 3.0까지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3.8이다.
사실 목투명대만의 수치가 높아 탈장이 없으면 기형아일 확률이 20% 정도이나 탈장이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형아일 확률이 60%까지 올라가고
대부분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많으며, 우선 가까운 세브란스로 예약을 잡아드리니 다시 가서 검사를 해보세요.
아기염색체검사는 엄마의 선택이지만 불안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싶다면 아기염색체검사인 융모막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양수검사는 20주차가 돼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아기도 너무 커서 모막검사가 더 좋다고 했다.
역시 오늘도 좋은 얘기는 듣지 못할 것 같았지만, 지금 내가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일 뿐, 그 때의 진료실 분위기는 더 심각했고, 선생님의 말투가 차갑게 느껴졌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눈에 띄지 않고 울면서 설명을 들었다.
선생님이 탈장으로 태어난 아기의 상태와 수술 모습을 보여 준다며 굳이 사진도 보여 줬지만 리라는 내가 그런 걸 무서워해서 볼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나만 보여 달라며 혼자만 쳐다봤다.
그리고 또 초음파를 보면서 융모막 검사를 위해 저의 태반 상태를 확인했는데 아직 태반을 채취?하는 위치까지 커지지 않아서 13주가 지나서 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절망적인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그는 리라가 하는 말이 왜 내가 예전에도 항상 무슨 질문이 있어도 못 듣고 나왔다고 했는지 이해한다며 선생님의 쉬는 시간 없이 혼자 계속 이야기만 하면 냉정하게 말하는 게 선생님의 스타일일 수 있지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고 공감 능력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오히려 진료실에 나와 간호사가 위로해 주었다.괜찮다고 힘내라고 하셨어.
결국 기대했던 입체 초음파 사진도 받지 못했다.이미 담당 선생님은 좋지 않은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 같아.
다음주 화요일에 세브란스 예약이 잡혀서 토요일 진료를 받고 온 날부터 리라와 나 둘다 좀 정신이 나갔어.
난 계속 울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울어서 걱정되고 울어서 슬퍼서 울고
애드워드 증후군이나 다운 증후군이면 어떡하지?기형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도 태어나자마자 그 어린 아기를 어떻게 탈장 수술 시킬까?왜 하필이면 내 아기가 아픈지 입덧은 입덧으로 남아서 힘든데 아이까지 괴롭히니까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나중에는 차라리 진짜 염색체 이상으로 뱃속에서 유산하거나 병에 걸리는 아기여서 낳을 수 없는 상태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까지 했다.사실 이건 결혼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생각이야.만약 제가 임신을 했는데 기형아라면 꼭 지워야 한다고…
아픈 아이를 키울 자신이 1%도 없다.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나를 욕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불행하고 태어난 아기도 불행하고 다만 그 집의 안전체가 힘들고 불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브란스로 가기 전에 리라랑도 얘기했다.정말 아픈 정상이 아닌 아이가 태어나면 지우자고. 그리고 리라도 내 생각에 동의했어.
세브란스 가기 전날 융모막 검사는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검사인지 알아보고 영상도 보고 금액도 알아봤는데 비싸야 턱없이 높았지만 금액이 어마어마했다.병원마다 다르지만 평균 ᅥ 病院 정도였다.염색체 검사가 이렇게 비쌌다니 진짜 돈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않다는 게 맞는 말이다. 아기 걱정에 검사 비용까지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물론 해야 한다면 하지만 정말 만만치 않았어.
지옥 같은 3일이 지나 미즈메디에서 받은 필요한 서류를 챙겨 세브란스로 갔다.


세브란스에서는 QR코드를 찍으면 요일별 스티커를 나눠주잖아
불과 작년초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려고 몸수색을 하러 기분좋게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호주에도 못가고 오늘은 안좋은 이유로 왔다는게 조금 슬펐다.

초진 접수를 마치고 초음파실로 갔다.역시 세브란스는 세브란스였다.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는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오후 1시 30분에 예약을 하고 오후 진료 거의 처음 가서 대기했는데 무슨 일이 생겨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전 산모들의 초음파를 기다렸으나 들어가 누운 상태에서 다시 30분 넘게 멍하니 기다렸다.그리고 곧 시작될 줄 알고 초음파를 시작했지만 오늘도 역시 멕이 잘 움직여 주지 않았다.그래서 내게 이대로는 아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며 산모님, 나가서 좀 걷고 운동도 좀 하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밖에 나와 20분 정도 걸어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문진실에서 나를 찾으러 왔다.모바일로 문진을 했는데, 문진할 일이 있으면 나를 데리고 갔다.근데 내가 원래 하던 문진이랑 하나도 다르지 않았어다만 원래 질문한 대로 그렇게는 네, 다른 건 없네요라고 묻는 사람도 어색했다.
그리고 초음파실 다시 갔더니 불렀는데 안 계시길래 순서가 또 늦어졌다고 하고 다시 대기.
휴~ 이제 대기가 기니까 당분도 떨어지고 마스크도 오래 쓰다보니 귀도 아프고 점점 두통도 생기고 힘이 되었다.
오랜 대기 끝에 다시 초음파실에 들어갔다가 누웠다 다시 대기하게 되었고 다시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나하나 너무 꼼꼼하게 봐주셨다. 그래서 병원에서 목 투명대가 두껍게 나왔나요?그래서 네, 3.8이었다고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음.. 저렇게 듣는 뉘앙스는 지금은 정상범위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잠시 보니까 좀 애매한 일이 있어서 교수님하고 같이 봐야 한다고 교수님 호출을 해놨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밖에 나가서 대기하는데 대학병원 교수님들이 그렇게 바쁘셔서 계속 답장이 없었어.그래서 다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리라랑 기다렸어.기다리며 선생님께서 목투명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게 정상이라는 게 아닐까?라고 물었더니 리라가 이것 봐, 희망이 있을지도 몰라라며 둘이서 괜스레 작은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초음파실에 가서 누웠고 다시 잠시 후 교수님이 오셨다.교수가 초음파를 해주지만 뭔가 지금까지 받은 초음파의 손과는 전혀 달랐다.완전전문가의 손길!! 다 느껴졌어.그분의 능력치가
정말 슬루이센에서 본 교수와 전공 선생님끼리 하는 영어 전문용어를 말하는데 정말 드라마 같아서 멋있었다.
그리고 수치스러운 수모도 당했다.교수님께서 초음파를 하시면서 배가 좀 아프시죠? 제가 세게 눌러서 죄송합니다산모님이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 배가 생각보다 많아서 이렇게 꾹 누르면 잘 보인다면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단지 나의 굴욕이 혼자서 좀 웃겼다.
그렇게 초음파를 끝내고 다시 대기!! 그리고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 기다림으로 릴라와 나는 둘 다 지쳐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이 처음부터 분명히 말했다.
초음파를 확인한 결과 태아의 탈장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니 그냥 끄라고 하셨다.
나무 투명대의 두께는 2-3으로 정상 수치에 나왔지만 두꺼웠던 두께가 얇아지지는 않아 문제는 탈장이었다.
미즈메디에서 나온 진단에는 태아탈장이라고 써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심한 태아복벽파열증이라고 하셨다. 한마디로 배꼽 부분이 조금 탈장이 된 것이 아니라 태아의 배 앞부분이 그대로 빠끔하게 비어있다고 봐야 한다는…. 소장, 간장 등 장기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 아기가 더 크면 지금은 잘 자리잡고 있는 심장도 클수록 함께 뛰쳐나와요.
그리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지식에 무지한 우리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시작했어요.
물론 우리가 끝까지 데리고 간다, 꼭 낳겠다고 하면 병원에서 준비를 마치고 몇 번이고 수술을 해보겠지만 이렇게 되면 뱃속에서 자라 죽을 수도 있고, 태어나도 아기가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로선 태아염색체 검사도 돈만 낭비할 뿐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태아가 심각한 기형으로 태어나기 어렵다고 하면 낙태를 해도 불법이 아니라고도 했다.
부모에겐 정말 끔찍한 단어와 말일지 몰라도 선생님의 설명에는 단호하지만 따뜻함이 있었다.우리 질문의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선생님의 이런 말투 때문인지 며칠 동안 나름대로 마음의 정리가 됐는지 모르지만 아, 그냥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는커녕 막힌 듯 상쾌했다.
물론 미즈메디도 좋았지만 다들 왜 대학병원에 가서 큰병원을 하는지 알것같다.
마침 지금쯤 본 슬의학생 21회에 같은 산모에게 두 교수의 진료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물론 드라마라서 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줬을 테고, 내가 드라마처럼 한 선생님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다만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산모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지를 많이 느꼈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그 많은 산부인과 앞에 사람은 거의 사라진 뒤 오후 5시가 넘어서고 있었다.우리가 오후 진료시간에 제일 먼저 와서 우리보다 늦게 온 환자들을 먼저 보내고 제일 나중에 퇴근하는 기분이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눈물이 하나도 안나와서 마음이 편해져서 세브란스 밖에 나가서 드리라랑 그래 차라리 잘된거야 더 이상 걱정하지말고 우리는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영양제도 더 잘 먹고 리라는 담배도 끊고 술도 줄이고 더 잘 준비하자고 서로 격려했다.
이미 노른자가 커졌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지만 보통 노른자 문제는 염색체 문제여서 더 일찍 초기에 유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메그는 13주 동안 정말 열심히 버텨왔던 것 같다.
임신 사실을 알고 13주가 될 때까지 정말로 임신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은 임신 중절에서 둘째 줄을 보고 난관을 맞기까지 불과 4주 정도였던 것 같다.
8주차부터 노른자 크기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다음엔 탈장, 목투명대로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다.악몽도 정말 많이 꾸었고 스트레스가 정말 하늘을 찔렀다.그래서 그런 결과가 후련하지 않았나 싶다.
염색체 이상은 수천명중 한명이니까 하필이면 그 확률로 내가 뽑힌게 아쉽긴하지만….기왕 확률게임이면 로또나 당첨되거나 당첨되겠지!!!!! 속이 후련하면서도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