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얼마인가. 적절한 고혈압의

미국 60세 이상 고혈압 기준 150mmHg 대폭 완화, 1세기 혈압 기준 하락에 영향을 주는 다국적 제약사 환자의 지식과 권리가 늘어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

●고혈압 기준으로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최근에는 관공서를 비롯해 혈압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크게 늘었다.건강의 바로미터가 혈압이 돼버렸기 때문인데 많은 사람이 본인의 혈압과 정상 기준을 비교해 안도하거나 불안해한다. 과연 정상혈압의 기준은 얼마일까.

최근 미국에서 고혈압 진단 기준을 완화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60세 이상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50mmHg까지는 정상 범위로 정했기 때문인데 그동안 기준이 엄격해진 것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뉴스였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2년 전 일본에서는 전 연령을 기준으로 147/94mmHg를 고혈압 기준으로 제시했다.일본에서도 고혈압 기준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멀리 영국을 살펴보면 별 문제가 없는 한 혈압이 160/100mmHg을 넘지 않으면 약물치료가 필요 없다고 한다. 즉 혈압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JNC7 지침에 따라 140/90mmHg를 고혈압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하지만 임상에서는 120/80mmHg를 혈압 기준으로 제시하고 이보다 조금이라도 높으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세계 흐름에 맞는 혈압 기준치를 다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오르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보고 그저 불편한 증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중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완기 혈압 100mmHg을 고혈압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이런 기준이 생기자 독일에서만 70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발생하게 됐지만 혈압은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74년 독일 고혈압퇴치연맹이라는 단체가 등장하면서 고혈압 기준을 더 아래로 낮췄다.수축기 혈압을 140mmHg으로, 이완기 혈압을 90mmHg으로 낮춘 것이다.그러자 고혈압 환자의 수는 3배로 늘었고, 더욱이 고혈압은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요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3년 다시 고혈압에 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당시 제정된 제7차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120에서 130mmHg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에서 89mmHg인 사람도 잠재적 고혈압 위험이 있으므로 혈압을 낮추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고혈압 기준을 120/80mmHg으로 낮춘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는 미국 의료시스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일반병원에 근무하는 상당수 의사들이 정상혈압을 120/80mmHg 이하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고혈압이라는 질병이 등장한 지 100년이 지나도 왜 정상혈압 기준이 낮아졌을까?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혈압 수치와 제약사 이익이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000만명이 되고 이에 따른 혈압 관련 진료비만 연간 2조6600억원이 발생하는 것만 봐도 의약업계에 이보다 큰 시장은 없다.

● 제약업계의 치열한 로비 ‘상생관계’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전문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3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 공동조정자 11명 중 9명이 제약사로부터 연구자금을 받거나 제약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중 1명은 무려 21개나 되는 제약사와 금전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장 전문의 커트 파버그 박사는 지속적으로 정상 혈압 범위를 낮추고 또 낮추도록 압력을 가하는 소수의 학계 권위자를 고혈압 마피아로 묘사했다.

또 국제적 의료소비자단체인 보건국제연대와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800명 이상의 의사들은 세계보건기구의 혈압 목표치가 너무 낮아 책정돼 많은 정상인을 환자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오히려 제약사는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표현했고 혈압이 높은 사람은 걷는 시한폭탄 같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확산시켰다.그런데 이런 폭탄의 심지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한 알의 약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제약회사에서 혈압약 효과를 과장해 부풀려 혈압약 판매고는 승승장구했다.예를 들어 5년간 매일 약을 복용할 때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3%에서 2%로 줄어드는 약이 있을 때 제약사는 심장마비 발병률을 33% 낮추는 약이라고 광고한다.

무의미하다고 해도 될 만한 효과를 뻥튀기로 전달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의학 지식이 부족한 환자는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약을 처방하는 의사도 단정한 옷차림의 제약사 영업사원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약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혈압을 포함한 건강에 관한 진실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과거 상하관계였던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뀌면서 환자에게 점점 자기선택권이 부여되고 있다.나아가 선진국에서 혈압 정상기준이 상식적인 수준으로 재설정되고 있는 모습도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제라도 저자를 포함한 의료인들이 그동안 환자의 혈압을 불합리한 기준에 억지로 맞추기에 급급했던 지난 시간을 반성해야 한다.그리고 진정으로 환자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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