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LG화학 본사가 민형사 책임져야

LG화학 인도공장 안전결함 사고로 15명 사망, LG화학 본사의 민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1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LG화학 인도공장 사이렌 가스 누출 사고 사망 주민 15명 추모 및 LG 본사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도 전역이 봉쇄되고 한국과 국제 언론이 현장 취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 사건은 잊혀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어린이 등 인도 주민 사망자 15명을 추모하고 LG화학 한국 본사의 형사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5월 7일 LG화학 인도공장에서 발암물질인 스타일렌이 800톤 가량 누출되어 어린이 등 인도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58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인근 6개 지역 주민 2만여 명이 대피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LG화학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 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나도록 사고 원인과 피해 대책 및 책임 소재 등에 대해 발표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LG화학 인도공장 스타일렌 발암물질 누출 사고로 희생된 지역주민 15명. Poster designed by Yi Seoungjin

그 사이에 주민 3명이 추가로 사망했습니다. 5월 26일에 65세의 여성 주민, 6월 1일에 45세의 남성 주민, 그리고 6월 8일에 58세의 주민이 각각 사망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 사이렌에 노출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집으로 돌아온 주민들입니다. (이들 3명의 추가 사망자에 대해서는 인도 주정부가 사이렌 노출과의 연관성을 조사중입니다)

LG 본사는 사고 초기 인도 현지에 CEO인 신학철 사장이 직접 가서 사고 수습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부사장을 대표로 한 8명의 현지 지원단을 보냈습니다. 인도 현지 주민들은 LG 본사 지원팀이 사망 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피해자들의 병원 진료를 지원하는 등 피해 대책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했지만 불과 며칠간 주민 식사 지원을 하고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핫라인 피해지원센터라는 것을 개설했다며 (핫라인으로 소개된 2개 현지 전화번호 중 1개는 받지 않고 다른 하나는 신호가 안 나온다는) 한국 언론에 홍보한다고 지적합니다.

인도 시민단체는 LG 본사 지원팀이 거액을 들여 인도 법원의 전임 고위직 변호사를 고용하고 인도 중앙정부 조사기관인 인도환경법원 내셔널그린트리본럴의 조사에 대해 중복 조사라는 이유로 회피하려는 등 법적 대응 활동에만 집중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모면하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인도안드라프라데시주정부 LG화학 인도공장 사이렌가스 누출사고 조사보고서 표지

7월 7일에 사고 지역의 안도라·플라데시 주정부가 설립한 사고 조사 위원회(The High-Power Committee)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LG공장에 있는 스타일렌모노머(SM) 보관탱크(M6) 온도가 최고 153.7도까지 치솟고 폴리머화돼 (분자량이 큰 물질) 통제불능 상태에서 스타일렌 가스가 외부로 누출됐다” “탱크 내에서 상부와 하부의 순환장치가 작동하는데 상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 야간에는 냉각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주간에도 수동으로 돌렸다” “탱크 청소를 과거 5년간 하지 않고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동안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LG측의 총체적 안전불량이 원인이며 이 상태에서피해를 키운 배경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당일 12명의 주민이 숨지고 58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LG공장에서 반경 5km 내 6개 지역 17,000가구 20,00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축 등 동물 34마리가 사망했어요. 대피한 주민은 사이렌 농도가 낮아진 10일 이후에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보고서는 피해지역의 사망주민, 병원후송주민, 피난주민 및 가축피해에 대해 일정한 구제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LG화학 인도공장 가스 누출사고 영향권인 반경 5km 지도 2만여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사고조사위원회는 818.16MT(톤)의 스타일렌 가스가 누출됐다고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당시 얼마나 높은 농도의 스타일렌 가스가 누출됐고 실제 주민들이 노출된 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모델링과 실측을 통해 조사했습니다. 실측은 5월 7일 오후 4시 반부터 진행됐는데 이날 밤 10시에 인근 마을에서 461ppm이, 같은 시간 LG공장 정문에서 365ppm이 검출돼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조사위는 사고가 발생한 5월 7일 새벽과 오전 시간대에 실측된 데이터가 없어 ALOHA라는 모델링을 통해 외부로 누출된 가장 높은 스테일렌 농도를 바람 세기 0.62m/s, 60MT(source strength)의 스테일렌이 누출될 경우 200m 지점에서 13700ppm, 400m 지점에서 1590ppm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때 농도가 가장 높고 위험한 사망 우려가 있는 레드존은 반경 715m로 회복하기 어려운 건강 영향을 받는 Orange존은 2100m이며 냄새가 나서 불편을 초래하는 옐로우존은 5640m로 계산됐습니다. 참고로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건강 영향을 일으키는 스테일렌 농도는 700 ppm입니다.

LG 공장에서 반경 5㎞ 지역의 농장물이 오염됐는데 곡물의 50%, 파파야의 90%가 오염돼 이 지역 내 모든 수확물을 소비하거나 팔지 말고 폐기하라고 농부들에게 권고했습니다.

한 마을 주민은 상수원의 물 색깔이 레드와인처럼 변했다고 증언합니다. 인도 주 정부는 반경 5km 이내에서 스타일렌 가스에 상수원이 오염돼 5개 마을에 식수를 직접 공급해야 했습니다. 피해 주민의 건강 피해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 조사가 필요합니다.

사고조사 보고서는 여러 환경오염 중에서 토양오염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오염지역 내 9곳에서 채취한 시료분석 결과 M6탱크 맞은편 표토에서 5950mg/kg, 인근 마을 심토에서 1215mg/kg의 스타일렌 농도가 가장 높게 조사되었습니다. 농작지 안전기준은 0.01mg/kg이며 공업지역에서는 50mg/kg임을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인도 경찰은 주정부 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날인 7월 8일 LG 인도공장 관계자 12명을 체포했습니다. LG폴리머스 인도공장 책임자인 정성지 법인장, 김동수 기술고문 등 한국인 2명과 10명의 인도인 관계자들입니다. 이들에 대해 인도법이 적용되면 최대 8년형이 가능하다고 인도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 인도담당 제디시페틀은 “이번 사고의 책임이 LG 인도공장 관계자에 국한돼선 안 된다. LG화학 한국 본사에도 형사책임이 물어야 한다. CEO, 안전담당 이사, 해외공장 담당 이사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고지역 인도 주민인 나카싱하라와 KKumar Mangland는 피해 주민단체를 조직해 사고 직후부터 수시로 ANROEV 네트워크 온라인 회의에 참석해 현지 소식을 알리고 있지만 LG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이른바 현지 지원단이 한 일은 무엇인가. 피해자들은 LG 본사 지원단을 만나지 못했다. 인도 환경법원의 조사를 거부하는 법적 어필을 위해서만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쓰고 있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책임이냐고 지적합니다.

참고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경우 가장 많이 제품을 판매했고,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영국 본사가 임명한 인도계 외국인 사장 러브제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계 외국인 사장 존 리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영국계 다국적 기업이 다수의 한국 소비자 사망사고 문제를 일으켰지만 수사망을 피해 형사책임을 면하면서 사건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 LG화학 인도공장 사고의 경우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예영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100% 한국 본사가 투자해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 속에서 발생한 15명의 인도 주민 사망사고에 대해 LG화학 한국 본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합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기업살인법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소비자 사망 사건의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와 LG화학 인도공장 주민 사망 사건의 한국 본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다국적 기업의 본사 책임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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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샤(10)는 집에서 뛰쳐나와 검은 탄소구름에서 대피하던 중 어머니 품에 안겨 숨을 거뒀어요. 근처 탱크에 피난하고 있던 6세 때도 부모님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찬드라 모리(19)는 100m를 달렸지만 끝내 가스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인도의 항구도시 비사카퍼트 남쪽에 살고 있는 라오(Ch. Narasinga Rao.) 씨는 담담하게 이름을 불렀다. 그는 사고 현장의 주민 대표다. 고빈다라지 산칼라오 벵카얀마 나니 바라라스미 압파라나라 사마 [ ] 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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