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에트나 화산가스가 한국까지…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가스가 한국까지…

8월 9일 분화 중인 에트나 화산에서 용암이 솟아오르는 동시에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

이탈리아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가스가 9000km 이상 떨어진 한국까지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분화 닷새 만에 강원도 상공을 지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지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화한 아황산가스(SO2)가 아시아 대륙을 거쳐 한반도 상공까지 지나는 상황이 천리안위성 2B호(정지궤도 환경위성)에 포착됐다고 2021년 11월 2일 밝혔다. 위성자료는 환경위성센터 홈페이지(nesc.nier.go.kr)에서 볼 수 있다. 유정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에트나 화산 폭발로 나온 아황산가스가 국내 상공까지 통과한 것은 정지궤도 환경위성으로 공식 관측한 이래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에트나 화산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동부에 있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다. 2021년 2월 16일부터 현재까지 계속 분화하고 있다. 10월 23일 오후 5시(한국 시간)경 다시 폭발했는데 이곳에서 방출된 아황산가스가 동쪽 아시아 대륙으로 향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불어오는 편서풍 성향의 기류를 타고 이동한 것이다.

지난달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한 화산가스가 국내 강원도 상공까지 이동하는 상황이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위성 2B호에 포착된 영상.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이는 25일경 두 기류로 나뉘었고 그 중 하나가 한반도로 움직였다. 아시아 지역을 매 시간 관측하는 천리안위성 2B호 영상에 따르면 일부 아황산가스가 27일 한반도 북쪽으로 처음 유입됐다. 다음날인 28일에는 한반도 남쪽으로 이동해 북한과 강원 일부 지역 상공을 지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분화한 지 약 5일 만에 국내까지 도달한 셈이다.

29일에는 또 다른 화산가스가 일본 홋카이도 상공에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반도에서 9000여 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분화인데 대규모로 폭발하는 바람에 화산가스가 아시아까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한 화산가스가 국내 강원도 상공까지 이동하는 상황이 유럽 저궤도 환경위성에 포착된 영상.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다만 국내를 통과한 화산가스의 영향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강원지역 아황산가스 농도(에어코리아 자료)를 조사한 결과 27일 0.002ppm, 28일 0.003ppm이었다. 지상가스 농도에는 사실상 큰 변동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화산가스는 대류권(두께 약 10㎞) 상층부나 그 위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아래쪽 지표면의 영향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은혜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우리의 정지궤도 환경위성을 활용하면 수천 km 떨어진 화산 폭발로 인한 가스의 시간별 이동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지상관측망과 위성을 더한 입체관측시스템으로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감시와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2021.11.02.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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