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라닥, 일처럼 여행처럼 – 김재원 아나운서

p.41 이들의 몽골계 인상은 이곳이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닥이라는 점과 중국과의 국경지대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동양인의 전형적인 무표정이 아닌 서양인의 의례적인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p.80 걱정의 96%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통계에 의지해 밀려오는 걱정을 다시 밀어냈다.소식 단절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어쩌면 도시에서 무언가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은 늘 내 주위를 맴도는 많은 뉴스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울려 퍼지는 전화 신호음은 집중을 항상 가로막았다. 여기서는 현재의 관심이 세상의 관심을 잊게 한다. 나는 오늘 히말라야에 간다. 그것이 나의 현재다.>공감, 공감, 공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생각나는 게 너무 많아. 지하철을 내리고 나서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 준비하는 습관이란 플러스지만 현재를 즐길 수 없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준비하는 게 낫지. 그래도 퇴근시간에는 그러지 말자.

p.124 내리막이 나와야 오르막을 견딜 수 있는데, 따그랑재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었다.인생의 오르막길은 좋지만 자전거 오르막길은 죽음을 불사한다. 티베트에서의 고산증과 요론섬에서의 그 오르막길에서의 고생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숨이 멎을 것 같다. 우와…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오셨다. 이분.

p. 164 새벽 출근한 양들이 푸른 풀숲의 쉴 수 있는 물가에서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퇴근한다. 양떼 사이에서 목동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수백 마리의 양을 데리고 가는 그들의 삶을 지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도시에서 온 바보 같은 우리뿐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양들과 쉴 수 있는 물가, 푸른 풀숲에서 돌아오고 있다. 어느새 양들은 우리 앞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양들은 아버지 앞으로 달려오는 아들 같았다. 뭐가 저렇게 좋고 즐거운지 양들은 얼굴로 웃는 게 아니라 몸으로 웃는 것 같다. 양들의 뇌 속에도 행복을 느끼는 전구가 있다면 아마 지금 그 행복 전구가 켜진 것 같다. 그들도 집이 좋은 것 같아. 텐트 옆으로 흐르는 강물에 놓인 좁은 다리 위로 양들이 쏟아졌다.

p.185 양의 젖을 넣은 가죽부대를 흔들어 버터 만들기’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재원 선수, 마지막 힘을 내고 있습니다. 자, 조금만 더. 왼손에 희망을, 오른손에 용기를 조금 더 흔들어주세요. 면도. 면도. 면도. 면도.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어요.”

p. 189 멀리 검은 개가 붙어 있었다. 그저 그 길로 갈 뿐 양떼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딴소리를 하며 따라갔다. 은밀한 미행자였다 >귀여워.ㅎㅎㅎㅎㅎㅎ

p. 192 “왜 안 가요?” “피곤해.” “양치기 개가 빨리 가라고 하는데?” 검은 개는 내가 바위에 앉은 이후 양떼를 따라가지 않고 내 뒤에 머물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도 저 양치기 책임 범위 안에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 기운을 차리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자 검은 개도 발을 들여놓는다. 신기하기도 하지. 멀지 않은 곳에서 H와 LPD가 바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양들은 보이지 않았다.양들은 가버렸다. 형님. 나는 저 개가 마음에 든다. 저 개한테 꼴찌는 나야, 지금.

p.220 식탁 앞의 PD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육체의 양식은 눈앞에 있지만 카메라 양식은 바닥났다. 충전기를 찾으러 레로 떠난 우르겐과 공척은 아직 소식이 없다.

p.221 상황에 순응하는 삶은 기다리는 삶이다.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시간의 항아리가 채워지고 그것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에 따르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어. 직접 차를 몰고 레에 간다고 해도 두고 온 위성전화를 아끼는 것도, 현지인 직원을 닦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감사한 것은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없고 짜증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술을 한 잔 구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라닥의 순수함이 우리 마음의 밭을 뒤집은 것 같다.

p.223 나는 마지막 생방송 직전에 출연한 정신과 의사에게 물었다.제가 지금 황당한 일을 당했어요. 이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전가할까요, 남에게 전가할까요?”사람에게 돌려주세요.” “분노를 여러 사람에게 분산시킬까요? 한 사람에게 정리해 드릴까요?’혼자 정리하세요.’ ‘요즘 사람들 만나면 자꾸 이 말을 들어요. 자연스럽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두 달 정도 식사 약속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피하려고 하는데 바람직합니까?좋은 방법이에요. 화가 풀린 후에 만나요.

p.279 – 라닥 가정용 카레 만들기 솔직히 카레를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양파와 감자를 썰어 볶다가 마살라가루를 넣은 뒤 달이라는 작은 콩 같은 곡식을 넣고 물을 듬뿍 부은 뒤 압력밥솥을 닫고 끓이면 된다. 밥을 짓는데 무리가 있어 면을 삶아 카레에 비벼 먹기로 했다. 아, 레에서 쇼핑하면서 노점상 할머니께 산 콩도 까서 넣기로 했어.문제는 물의 양이었다. 실링에게 배웠을 때 압력밥솥에 물을 유독 많이 넣고 끓였던 기억이 있었다. 우려와는 달리 결과는 걸쭉한 카레였다. 그때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고 우리도 물을 많이 부었다. 실링이 그때 부었던 만큼 생각났어. 시간이 지나 압력밥솥이 딸깍 소리를 냈을 때 우리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뚜껑을 열었다. 아이고, 국물이었다. 카레 스프 그래도 맛은 최고였어. 특급 호텔 뷔페에 나오는 빨간 야채 수프의 맛을 기억해? 절묘한 카레맛의 채소 카레 수프는 면발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p.285 라닥 지도를 보면 푸른 반점이 세 군데 나온다. 라닥의 3대 호수는 족가, 방공초, 조모리리다. 초카는 우리가 들렀던 소금호수이고, 반공초는 인도 영화 ‘새올강이’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호수다.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있다. 실제로 중국에 속한 부분이 더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래에서 동쪽으로 150여㎞ 떨어져 있으며 초숲리로 가는 길 중간에 갈라진다. 아시아 최대의 염호로 해발 4200m에 있다. 영화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초숲리는 래 동쪽 220킬로미터에 있으며 길이 24킬로미터, 폭 8킬로미터라고 한다.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대. 레에서 멀기도 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험해서 그래.

p.299 초모리 호수에서 조금 더우면 수영해도 되겠다. 자연보호지역에 국경지대라서 더 아름다운 것 같아.물론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횟집이 10개, 노래방이 10개 생겨서 금방 더러워졌을 텐데,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태고의 땅이라 참 좋다.>>>>>>>>>>>>>>>>>>>>>>>>>>>>>>>>>>>>>>그리고 그 K-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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