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갑상선암 환자로 살아간다는 건. 10부

22년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올해는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파트너 신지록신. 88mg

수술 이틀째가 됐을 때 오전 7시쯤 일어났다. 자는 동안 자꾸 깨어난다. 생각보다 배액관에 혈액 등 분비물이 많이 쌓여 수시로 비워뒀어야 했다. 다른 건 괜찮았는데 배액관이 생각보다 신경 쓰였어. 약물은 아침에 일어나 신디록신 100mg을 먹었다. 수술 후 가장 행복한 일은 아침에 건강하게 깨어나는 것이었다. 더 이상 갑상선암도 없어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서 해방된 느낌을 받았다. 링거를 꽂은 스탠드를 끌고 곧바로 4층 야외정원으로 걸어갔다. 아침부터 무더운 8월 낮이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즐거웠어 목숨 하나 번 줄 알았어 이때까지만 해도 갑상선암과의 지루한 싸움이 지금까지 계속될 줄은 몰랐다.


수술 후 아침은 이런 기분이다.

나는 조식으로 야외 정원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 주문해서 마셨어. 살아있다고 느꼈다.

사소한 이야기로 나중에 몇 번 거론할 일이 있겠지만, 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수술 후 어머니와 잠시 만남에서 퇴원해 마시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커피라고 답했을 정도다. 수술 후 첫 주치의 선생님이 문진했을 때도 커피를 마셔도 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막간에 갑상선암과 커피의 상관관계에 대해 짧게 어필하면 다음 링크를 확인해 주기 바란다. 일부 환자의 경우를 제외하면 갑상선암과 커피 또는 갑상선과 커피는 수많은 대조 비교에서 상관관계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점을 가질 수도 있다. 다만 카페인 과잉으로 인한 수면장애는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손떨림이 심한 환자라면 주의해야 한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하루 3~6잔)의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의 절반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수면장애가 있으면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약간 커졌다.한양대 간호…www.foodnmed.com

수술 후 이틀째 오후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다리가 저려서 도중에 주물러 주었다. 변비는 없었다. 소변을 제외한 화장실은 갑상선암 수술 후에도 두 차례 다녀왔다. 전혀 문제가 없었다. 수술 후 변비가 있는 분들에게 조언을 좀 해드리면 많이 걷고 물을 많이 마시고 조리된 채소를 먹어라. 수술 과정에서 투여하는 항생제는 우리 생각 외에 ‘변비와 관련이 없고 오히려 속쓰림 설사와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마취와 변비가 연관돼 있다고 하는데 많이 걷고 몸을 움직이면 소화계통이 좋아질 확률이 높아지고 물과 채소는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라고 믿고 있다. 채소는 구워 먹거나 조리된 채소가 위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게 이틀째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물론 바이탈 체크와 약물은 중간에 투여했다. 다음날 바로 ‘퇴원’이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매우 기뻤다. 수술 전에 운동을 계속해서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었다.이는 나중에 오만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모르는 사이에 체중은 수술 준비 과정에서 10kg 이상 빠졌고 근력은 점점 약해졌다. 마음의 병이 몸의 약점을 가져왔다. 이유는 과도한 스트레스였다고 생각한다.

수술일로부터 이틀 뒤, 셋째 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퇴원 준비를 시작했다. 10시쯤 나는 퇴원했다.

퇴원 짐은 간단했다. 초진까지 약(신디록신) 가벼운 수술 부위 스트레칭 동영상 기타 주의사항과 수납이었다.

수납 비용은 1100만원 미만이었다. 사람의 기준은 각기 다르겠지만 한국의 선진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에 비해 비용은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의료진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저는 암 중에서 치료가 가능한 암 환자였는데, 제가 입원한 4일의 짧은 시간 동안 간호병동에 있던 몇몇 분들은 전이 등으로 암 치료가 쉽지 않다거나 말기에 가깝다는 통보를 받고 그 자리에서 통곡하거나 자포자기를 하는 분들이 있었다. 병동 간 병실 거리는 짧기 때문에 이런 얘기는 입원한 환자 모두에게 듣기 싫어도 들린다. 듣는 나도 괴로웠지만 알게 된 당사자도 침통함은 어떤 상황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 느낀 생존 본능은 지금 내가 블로그에 기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또 30대의 젊은 나이에 갑상선암을 투병하게 된 것은 이후 내 삶의 변화를 제외하면 남은 내 삶을 더 알차게 살라는 내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는 내일이 주어진 것이 고맙다.

  • 현재는 회복 중입니다. 갑상선암 절제 수술 6개월째입니다.** 언제든지 갑상선암 관련 경험, 치료 경험은 댓글로 접수하고 있습니다. 단, 전문적인 의료 질문은 담당 의사에게 문의하십시오.**갑상선암 투병일지는 13부 이내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타임라인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빠진 내용도 있습니다.흐트러지거나 빠지더라도 제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쓸 예정입니다. 누락된 내용은 외전에서 추가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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