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80년대 뉴욕의 생활상을 그린 드라마라고 나온다.
하지만 POSE는 단순히 80년대 뉴욕의 생활상이다.
포즈는 다른 드라마랑 어떻게 달라?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많았다.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프렌즈나 2000년대 싱글걸들의 로망이었던 섹스앤더시티, 하이틴 물의 정수인 가십걸, 변호사들의 이전투구를 그린 정장 등이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아무래도 미국 드라마 스튜디오의 양대 축이 뉴욕과 LA이고 뉴욕이라는 곳이 가장 세계인의 동경을 받는 공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경제적 수준은 가끔 바뀌지만 옆집 언니 같은 주인공들도 실은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한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프렌즈 주인공들을 예로 든다. 뉴욕에 20대가 그렇게 넓은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니까?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 사회의 권력층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상물의 경우 특히 화려한 주인공의 시티라이프가 강조된다. 아름다운 도시, 화려한 패션, 완벽한 커리어, 자유로운 남녀의 로맨스. 사실 드라마라기보다 스펙터클에 가까울 때가 많다.물론 나도 이 스펙터클을 즐기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Guilty as charged)
그래서 대부분의 드라마 인물은 의심의 여지없이 헤테로시스 젠더가 기본값이다. LGBTQ의 모습도 간간이 그려지지만 대부분 여자 주인공의 옆 용병으로 등장하는 건강한 것이 친구의 역할이다.
성전환증, 성적 지향, 계층적으로 모두 약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한다. 이들이 미디어 전파를 탈 수 없다는 점은 사회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약자가 주인공이 아닌 콘텐츠로는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
단순히 우리는 주류사회를 부러워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지붕 뚫고 하이킥 김병욱 PD는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에 놀랐다고 한다.더럽고 빈티나는 인물들을 사정없이 내치는 우리의 냉정함이 있다. 우리는 어리광 부리는 부잣집 막내딸 해리보다는 가난한 신애의 식탐에 더 화가 난다.
가난에 대한 막연한 희롱은 갑자기 튀어나온다.
나는 그 근원에는 반복적인 미디어의 세뇌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인물을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내세울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멋진 주인공에게 쉽게 몰입하고 강자인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시청과 몰입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강자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다.
몹시 서두르다가 요지는 결국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주인공의 서사를 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항상 미디어에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상업성을 이유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가 무려 20%나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됐다.POSE의 성공이 확실히 인식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민감한 얘기지만 성전환 여성은 진짜 여성임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페미니즘 운동의 주체를 진짜 여성으로 한정하면 논란은 더 커진다. 성전환 여성의 여자대학 입학 허가 문제를 논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미소지니스트 트랜스젠더 목격담이 올라온다. 진짜 여자라면 하이힐에 과도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지 않겠다는 주장 외양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 남성의 성적 대상이 되기 위해 트랜스젠더가 됐다느니 설전고투한다.
문제는 대부분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성전환 여성을 만난 적도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인지 모른 채 각축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사람은 지워지고 뭉쳐서 집단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인간으로 볼 수 없다. 사람이 아니니 해쳐도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