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추천도서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천문학 이야기

가끔은 이렇게 천문학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시간의 개념부터 달라진다. 기껏해야 100년 사는 인간이 지구 나이 앞에서는 겸손해지고 지구 같은 별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면 인간사의 많은 걱정은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청소년 과학 필독서 재미있는 밤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청소년 도서로 나온 책을 보면 대부분 가지치기해서 중요한 내용을 알차게 골라 들려주기 때문에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어.

이 책은 한번 읽으면 멈출 수 없는 섬뜩하고 짜릿한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감수 글을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우주를 많이 보고 오래 사색한 사람이라면 인류가 이 우주에서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생존해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엄청난 행운과 수많은 우연의 겹침으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폭력적인 장소다. (192쪽)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이 책 무섭지만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천문학 이야기를 읽어보게 됐다.

이 책의 저자는 아방 히데히코. 일본의 대표적인 천문학자이자 교육자. 교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근하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천문학의 재미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활발한 강연과 집필은 물론 라디오, TV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본익발췌)

이 책에서는 과학적 입장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인 천문학의 성과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 천문학은 공포로 장식된 스릴 넘치는 세계다. 꼭 그 스릴을 즐겼으면 좋겠다. (7쪽)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우리 주변의 우주가 주는 공포-위험한 태양계’, 2부 ‘우주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항성과 은하 세계의 공포’, 3부 ‘밝지 않은 우주의 미래-우주론의 무서운 세계’로 나뉜다.

운석은 매일 밤 쏟아지고 있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의 공포, 태양에서 보내는 일상적인 위협,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했다?도대체 우주는 왜 무서운가?, 언젠가 일어날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로 발생한 대멸종, 안드로메다 은하가 은하수에 충돌한다?, 무서울 정도로 가속팽창하는 우주, 우주의 크기조차 잘 모른다는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우주에 관한 책은 자주 읽어왔지만 이번 책은 콘셉트부터 독특하다. 바로 공포를 키워드로 천문학을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무서운 일이지만 너무 두려움을 모르고 살았던 것도 흥미로웠다.

운석은 매일 밤 쏟아진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별똥별을 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한다.

아마 올해 8월에도 별똥별이 쏟아진다는 우주쇼 뉴스를 본 것 같다. 올해 못 만나면 수십 년 동안 못 본다는 얘기도 하면서 언론에서 떠들고 있으니 ‘올해는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운석은 매일 밤 쏟아진다는 사실. 게다가 운석이 지붕을 뚫고 들어온 차량 보닛을 찌그러뜨렸다는 사례는 꽤 많다. 그리고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곳이 남극이라고 한다. 남극에서 돌이 발견되면 운석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세계 거대 운석 베스트 10 리스트도 흥미롭다. 현재 알려진 최대 운석은 1920년 호바 운석으로 나미비아에서 발견됐는데 66t이나 된다는 것이다. 밭을 일구던 한 농부가 발견한 철운석으로 약 8만 년 전 지구에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세계 거대 운석 베스트 10 중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것은 2016년 아르헨티나에 떨어진 칸세도 운석으로 30.8톤이나 된다.

또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인체도 원소 수준에서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우주에 더 가까운 것 같아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몸은 산소·수소·탄소·질소 외에도 철·인·황 등 수많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원소는 별 안에서 탄생하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 이후 중성자별끼리 합체할 때 그 반응으로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이 없었다면 생명체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138억 년 전 우주는 빅뱅이 일어나 매우 작은 곳에서 탄생했고, 초신성 폭발을 몇 차례 거친 뒤 46억 년 전 태양과 지구, 즉 태양계가 완성됐다. 우리는 원소 수준으로 따지면 바로 별의 아이들이다. 46억 년 전 같은 태양계 안에서 태어나 원소 수준에서 우주와 연결돼 있다. (132쪽)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하나 더 언급해야겠다.

콜롬비아는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그동안 문제가 많은 치안과 내부 갈등을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 2012년에는 메데인에 근대적인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관)이 완성됐다. 카를로스 몰리나 플라네타리움 관장이 매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했다.열다섯 살쯤 되는 갱단의 젊은이들이 플라네타리움을 찾았다. 평소에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동료 싸움에 몰두하느라 마음이 피폐해진 청소년들이다. 갱단 보스가 플라네타리움 프로그램을 끝까지 보고 돔에서 나오자마자 무기를 버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늘 좁은 영역 다툼을 거듭했지만 틀렸습니다. 지구 전체가 인간이 속한 영역이군요.” 이후 싸움이 잦아들면서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179쪽)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사실 나도 인간사 고민이 많을 때 일부러 우주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곤 하는데 갱단 청소년들에게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또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철학적인 부분까지 사색에 빠지도록 돕는 책이다.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이 우주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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