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위성의 수와 높게 쏟아지는 위성 파괴 무기

제기되는 위성 파괴 무기

2020년 1월 31일 위성을 관찰하던 미국 퍼듀대 항공역학전공 대학원생 마이클 톰슨은 이례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사찰위성으로 쏘아올린 코스모스 2524호가 1월 중 3차례 추진해 미국의 첩보위성 KH11호와 같은 궤도에 올라 그 뒤를 쫓고 있지 않은가. 사찰 위성은 자국 위성의 작동 상태를 파악하고 수리하기 위해 발사되는 위성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사찰 위성은 미국의 첩보위성을 사찰하고 있었다.

열흘 뒤인 10일 미 우주군사령부의 존 제이 레이먼드 사령관은 2기의 러시아 위성이 미 국가정찰국(NRO) 소속 첩보위성 KH11호를 같은 궤도에서 스토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코스모스 2524호는 지난해 12월 6일 본체에서 2543호를 분리했으며 이후 2명의 러시아 위성이 자세와 타이밍을 조절해 KH11호를 160km 뒤에서 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찰위성에 장착된 로봇팔은 우주쓰레기 수집이나 위성의 부품 교환은 물론이고 상대국 위성의 태양전지판과 민감한 광학장비를 부수고 표적이 된 위성을 대기권으로 밀어 넣어 파괴할 수 있다. 또 근접해서 레이저나 마이크로파 같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발사하기도 한다. 미국 국방부는 1일 미국 위성이 인공위협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현재로서는 지속성과 효율성, 적합성을 평가할 수단이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위성 세계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의 수는 약 5000기. 그 가운데 현재 작동 중인 위성만 2218기로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미국 소유(1007기)다. 다음은 중국·러시아 순이다. 현대 사회에서 위성은 위치확인(GPS), 통신, 방송, 금융거래, 운송 등 일상생활의 인프라다. 특히 군사적으로도 1991년 걸프전 이후 미사일 발사 탐지 및 궤적 파악, 병력의 신속한 배치, 정보 수집과 공유, 전장과 통신 등에서 위성은 핵심 자산이 됐다. 올해 초 미국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도스 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살해하고 이란의 보복 미사일 발사에 실시간으로 대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글로벌 GPS 관측 정보위성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미 국방부의 이 보고서는 이런 위성이 적의 사이버 공격이나 전파 방해, 미사일 공격 등을 받을 경우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층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군의 첨단기술이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이 된 것이다. 특히 위성과 기지국간의 데이터 송수신을 전파방해(jamming)하는 기술은 비교적 쉽게 습득할 수 있어 2015년 4월에는 이슬람 테러집단인 IS(이슬람국가)가 프랑스어권 최대 TV채널인 TV5 몽드의 유럽과 아시아권 방송통신위성을 전파 방해해 11개 채널의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러중 위성 파괴 무기 개발

사실 위성을 표적으로 한 무기(ASATanti-satellite weapons)는 냉전 때부터 존재했다. 미국은 1985년 9월 F-15 전투기에 탑재한 미사일로 지구 상공 555km에 위치한 자국 과학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해 우주개발 초기부터 우주를 전투수행영역으로 간주했다. 다만 조용히 ASAT를 개발해 이를 이슈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도 각각 2007년과 2019년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격추시키는 데 성공하고 2000년대 들어 주요국들이 ASAT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개발되는 ASAT는 지상발사미사일뿐 아니라 킬러위성을 발사해 표적위성에 레이저 광선을 쏘거나 아예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방식, 지상에서 고출력 레이저나 마이크로파를 쏘아 위성기능을 마비시키는 무기, 송수신 전파방해 등 전방위적이다. 일부는 암암리에 배치됐다. 러시아가 2018년 12월 지상에 배치한 레이저 무기는 미사일 요격은 물론이고 저궤도 위성까지 파괴하거나 작동 불능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서방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2007년 자국의 노후한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면서 ASAT 무대에 등장한 중국은 이미 미국의 저궤도(LEO) 정보·관측위성은 모두 떨어뜨리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는 “중국이 2020년까지 저궤도 위성을 격추하는 레이저 무기를 지상에 배치하고 2020년대 중후반까지는 더 높은 궤도를 도는 통신·기상위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우주의 전장화를 막을 국제법은 없다. 1967년의 우주조약은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우주 배치나 달 같은 천체의 군사기지화를 금지할 뿐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위성파괴무기의 우주 배치를 금지하는 조약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특정 우주물체의 목적이 위성 수리 및 잔해 수거인지, 위성 파괴인지 알 수 없는 현실을 들어 반대한다. 양국 안은 또 지상에서 발사하는 ASAT는 금지하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통신위성에 보호장치

결국 각국은 위성 방어에 나섰다. 위성 보유 5위(68기)인 프랑스는 지난해 10월 공군에 우주사령부를 신설하고 2025년까지 36억유로(약 4조6374억원) 규모의 우주군사계획 프로그램과 7억유로짜리 킬러위성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플로런스 팔리 국방장관은 “앞으로 위성에 적 위성의 태양전지판을 파괴하는 기관총이나 위성을 무력화하는 레이저건을 장착할 것”이라며 “2023년부터는 무게 1㎏의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주위성 주변에 배치해 적의 위협을 사전에 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2017년 러시아 위성이 프랑스-이탈리아 공동 통신위성인 아테나피두스를 수개월간 근접 거리에서 스토킹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8개 위성의 교신을 교란하거나 카메라 작동 불능 사태를 초래하자 발끈했다. 또 2022년 노르웨이가 쏘아 올리는 통신용 위성에는 전파방해·전자기파 차단장치 등의 보호 장치가 장착된다. 긴급 상황시 위성기능 복원력을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킬러 위성과 레이저건 등 ASAT가 본격적으로 배치되지 않은 지금도 우주는 넘치는 쓰레기로 위성 운항에 결코 안전한 환경이 될 수 없다. 수명을 다한 위성 3000기 외에도 폭발·충돌 등으로 발생한 10㎝ 이상 크기의 파편 3만4000개, 90만 개에 달하는 1~10㎝ 크기의 우주 쓰레기가 초속 11㎞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1mm 파편이라도 위성과 충돌하면 수류탄 수준의 파괴력을 갖는다.[조선일보. 2020.02.21]

■인공위성 수(19572019년)가 쏘아올린 인공위성은 8836기.[유엔 우주업무사무소(UNOOSA) 발표] ※한국 31기.

■인공위성의 공전궤도 고영저궤도 위성:고도 2502000km. 관측위성과 첩보위성이 많다.중 중궤도 위성 : 고도 2000~3만6000㎞.항법 위성이 많다.정지 정지궤도위성 : 고도 3만 6000㎞의 높이를 유지하며 공전. 인공위성이 지구 주변을 도는 공전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아 지구의 인공위성을 보면 항상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위성 기상위성 방송위성이 많다. 고궤도 위성 : 3만6000㎞보다 높은 고도. 특정 지역 중심의 통신위성이나 과학위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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