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티브 잡스 사망 10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해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연 것입니다. 사실 ‘원조’ 스마트폰으로 블랙베리가 있었는데, 일명 ‘오바마폰’이라고 불리듯 그야말로 높으신 분들이 혹은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폰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은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후 피처폰의 강자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급속도로 몰락한 사실은 다들 아시죠?
반면 삼성은 이 흐름에 초반부터 빠르게 따라 어느덧 판매량과 시정 점유율에서 애플을 능가하는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기업이 되었습니다. 역시 한국 기업인 LG도 고전하면서 결국 올해 스마트폰 수업을 접습니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지난 14년 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나 소프트의 레벨은 해를 거듭할수록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왠지 디자인은 바 타입에 정착해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주도하는 휴대전화가 스마트폰 시대 이후 사라졌던 폼팩터 다양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폴더 풀폰 그리고 이와 함께 시작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이 주도하는 폴더블폰
쿼티 자판으로 유명한 블랙베리를 제치고 아이폰이 드디어 스마트폰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UI 인터페이스 덕분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터치스크린 기술이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스마트폰 모델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디스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컴퓨터의 모니터이자 키보드인 셈이니 화질과 반응 속도 등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막대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시대는 애플이 열었지만 이 메가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계속 애플을 쫓았다면 오늘과 같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자체 운영체제인 iOS 기반으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운영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는 ‘최초와 최고’를 향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오늘의 주제 폴더블폰도 2019년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결국 삼성은 출시를 연기하고 지적된 문제점을 보강한 갤럭시 폴드를 그해 9월 출시했고 결과는 성공했습니다. 제품 리뷰 영상에서 갤럭시 폴드를 조롱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안나 스턴조차 “혁신이 없어 지루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제품”이라고 칭찬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삼성의 갤럭시Z폴드와 갤럭시Z플립은 바형 일색의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좌우 또는 상하로 접는 방식은 휴대성과 화면 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고질적인 딜레마를 단숨에 해결하게 됩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3배인 900만대에 이를 전망이며 삼성전자가 시장의 8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향후 여러 업체의 참여가 본격화되면 삼성이 주도하는 폴더블폰은 단순한 틈새 제품을 넘어 대중적인 스마트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도 등판하나
그렇다면 애플은 이미 시작된 폴더블폰의 트렌드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블랙베리나 아이폰에서 보듯 애플은 원래 ‘최초’를 고집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준비가 됐을 때 최고의 제품을 내놓는 입장인데, 엄밀히 말하면 타이밍이 무르익었을 때 ‘최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애플의 전략입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의 시장성에 회의적이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달라요.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2016년부터 꾸준히 휴대용 폰 관련 특허를 출원해 왔습니다. 특히 배터리를 힌지, 즉 경첩과 함께 접을 수 있는 특허를 받은 적도 있는데, 이는 배터리 셀을 두 개로 분리한 삼성의 휴대용 폰과는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단순히 배터리 탑재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기를 유연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애플의 신제품 사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한 대만 TF인터내셔널 증권의 궈밍기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4년에 첫 폴더풀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예상이 맞다면 그때까지는 삼성의 갤럭시 Z폴드와 Z플립이 폴더블폰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폴더블폰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은 삼성 입장에서는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향후 애플과 같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시장에 진출할 경우 폴더블폰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지금처럼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혁신의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스마트폰 업계는 보이지 않는 특허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삼성의 폴더블폰은 접는 인폴딩 기술을, 화웨이의 메이트X는 접는 아웃폴딩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나아가 디스플레이를 안팎으로 모두 접을 수 있는 특허기술을 공개했고 구글은 이에 맞서 처음부터 앞뒤로 두 번 접는 특허를 출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접은 탐을 넘어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폰이 출시될 수도 있는데 애플이 이미 이 롤러블 관련 특허를 14개나 출원했습니다. 휴대폰을 건너뛰고 LG와 협업해서 롤러블폰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소문도 있어요. LG화학이 개발한 ‘리얼 폴딩 원도우’는 폴더블폰의 인폴딩 및 아웃폴딩 방식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신소재로 2023년부터 본격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는 애플의 폴더블 롤러블 시장 진출 계획 시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LG가 애플과의 협력관계를 오래전부터 유지해왔기 때문에 ‘곧 출시될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도 담당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역사 속에서 비운의 기업으로 잊혀질 줄 알았던 LG가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네요!
이미 스마트폰의 디자인, 성능, 내구성 등이 상향 평준화되어 기존 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소비자들은 웬만한 기능 개선으로는 ‘혁신’을 체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예전 피처폰 시대와 같은 치열한 폼팩터 전쟁이 시작됐죠. 폴더블이든 롤러블이든 스마트폰 디자인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입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전망
Flexible display는 문자 그대로 각종 디바이스의 화면이 되는 디스플레이를 접어서 구부리거나 또는 돌돌 말 수 있도록 개발한 것입니다. 모든 하드웨어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전하지만 그 진화론적 운명은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고도로 발달할수록 보이지 않고 없어지기 때문이죠.
디스플레이 또한 두께가 있고 통통하고 평평해지고 얇아지며 투명해져 이제는 접거나 접어서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VR, AR을 넘어 홀로그램과 같은 ‘혼합현실’ 기술이 완전히 대중화되면 결국 없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2021년 현재 그리고 향후 몇 년간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주류가 될 전망입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휴대성이 높고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스마트폰, 태블릿, TV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에도 활용할 수 있어 당분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글로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0년 125억달러 규모이며 이후 연평균 성장률 34.23%를 유지하며, 2026년에는 653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IT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이 ‘하드냐 소프트냐’라는 것입니다. 한동안 테크 트렌드를 다루는 미디어는 소프트웨어 시대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근에는 다시 하드웨어 기술 혁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누가 더 중요한가 하는 질문 자체가 우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현답”은 하나 UX 즉 사용자 경험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점에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절실하고 어떤 시점에서는 하드웨어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폴더 풀폰’을 주제로 스마트폰의 양대 강자인 삼성과 애플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올해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는 모바일 사업본부 해체 직전까지 로러블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2010년대 중반부터 롤러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앞장섰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LG와 애플의 협력 소식이 들려오다니 일이 이렇게 풀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운의 흐름만 보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어요 비즈니스의 핵심역량, 예를 들어 IT기업의 경우 기술력은 탁월해야 하지만 무작정 기술만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신의 한 수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즉 자신이 준비했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 되도록 주변 상황을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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