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봄
<어쩌다 듣게 된 기쁜 말> 수술을 하고 나서 입원해 있던 참이었다. 입원하면서 외래로 한 번씩 내려와 진료를 받는데 진료를 받고 돌아올 때 작은 의사가 불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녹내장 수술을 하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번 알아보시고 진단서를 받아 병무청에 가보세요와 같은 내용의 말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나는 당황해 일단 진단서를 떼었고 퇴원 후 나는 병무청을 찾았다.
<5급입니다> 찾은 곳은 부산 망미동이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버스를 타고 간 것 같다. 2008년 여름 1학기가 끝나고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때였고 친구들은 계절학기를 듣거나 해외여행을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나는 차례로 검사를 받고, 내가 발급한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에 가서 카드였는지 바코드였는지 누르면 음성에서 몇 급인지 소리가 나게 된다.
예전부터 ‘1급이에요’ ‘2급이에요’ 등등 소리가 난지 얼마 안 됐는데 제가 찍어서 소리가 났다.
“5급입니다”
공익도 아니고 군대 면제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고,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 기분 좋은 편향인지 아닌지 모르는 시선을 뒤로하고 나는 군대를 면제받게 되었다.
그 당시 가장 핫했던 나의 군 면제 > 친구는 나를 ‘윤 면제’라고 불렀다. 그 당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학교를 중단하고 군대를 가야 하는 시점에 제가 눈이 아프다고 했는데 몇 달 뒤 군 면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친구들 입장에서는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미니홈피와 전화, 연락이 온 지 얼마 안 돼 정말 면제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다들 물으며 난리가 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병을 앓고 있다.>
6개월, 아파서 군대 2년 못 가면 너 같으면 군대 가든지 6개월 아프든지.”
철없고 생각없이 상식에 어긋나던 시절 딱 그 정도 수준일 생각이 없는 내 친구 하나가 내게 한 말이다. 녹내장이란 무엇인가. 눈알을 절개하는 수술이 어떤 것인지, 그런 일로 숨죽여 속을 끓이고 있는 본인과 가족들의 마음은 어떤지, 그런 것 하나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군 면제를 받은 게 부러워 내는 불만의 목소리다. 그 친구 집에서 면제를 받고 약 6일간 밤을 새워 게임을 하며 놀다가 울산 집에 왔는데 (당시 그 친구 집이 부산이었다.) 어떤 때는 (약 4~5년 전) 서울에서 같이 놀았는데 내가 저녁에 안압 안약을 넣는 것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그걸 아직도 넣나. 언제까지 넣어야 돼?”
평생 죽을 때까지.”
“…”
그렇게 아무런 이음새 없이 그 장면은 끝났고 그렇게 흘러갔다. 지금 이렇게 되묻는 것은 어떨까.
2년간 군대 가는 거랑 평생 안약 쓰고 병원 다니면서 눈 관리 해야 하는 거랑. 너 같으면 뭐 할래?
나라면 죽어도 또 죽어도 1번. 군대에 간다. 눈만 괜찮으면.